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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을 보고 왔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유명한 이야기를 한중일자본을 모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돈도 많이 들었겠고 광고도 많이 하길래 기대했는데 오늘 저녁부터 개봉하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 밀려서 좋은관 경쟁은 커녕 찌끄만 관으로 깨갱입니다. 그래서 큰 관에서 볼라고 시간 없는 신랑은 버려둔채 어제 보고 말았습니다.

영화 스케일 크구요..
전쟁영화니 전투신이 많은데 '역시 중국'이라고 할 만큼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주시니 보기는 좋습니다.
좀 CG가 과하게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가끔 반지의 제왕 분위기 납니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각색하면서 내용을 뭉텡이로 잘라먹었어도 보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장면을 어떻게 그렸을까, 또는 이 다음엔 이 대사!를 기대하면서 영화를 보게 되지요.
보통 영화에서 남녀가 나란히 벗고 나와주시면 흐뭇하게 바라보는 편인데 이번에 삽입된 단 한 번의 정사신은 참 생뚱맞았습니다. 영화흐름을 단번에 잘라주시더군요.(소교는 그림만 나왔어도 충분했을 듯)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2부작입니다. 올 겨울에 2부가 개봉된다고 하더군요.
광고며 트레일러는 많이 봤지만 2부작이라는걸 몰랐던 많은 분들이 영화가 끝나면 당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노매너 인간은 영화 마지막에 'to be continued'가 뜨자 큰 소리로 '이게 드라마냐? 이런거 싫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부작이라고하면 사람들이 안볼까봐 그랬을까요? (2부작이라고 광고했으면 저 노매너랑 같이 영화 안봤어도 됐을텐데 말입니다.)

이야기는 조조가 오로지 소교때문에 이 큰 전쟁을 일으켰다라는 식으로 푸는데 너무 억지스럽습니다. 게다가 소교와 더불어 유명했던 대교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더군요.
영화를 위해 이야기를 압축하면서 유명한 대사나 상황을 많이 빼버렸더군요. 유비군이 피난갈 때 조운이 유비아들을 구해오면서 부인 둘은 죽고 조운은 다쳤지요. 유비가 아들을 받자마자 바닥에 버리면서 좋은 장군을 잃을 뻔하다니 저런 아들 필요없다고 하는 장면(나오면서 어떤 사람이 자기는 이 장면을 기대했는데 안나왔다고 아쉬워하더라구요), 공명이 오를 설득하면서 조조가 썼다고 알려진 대교와 소교를 옆에 두고 놀고싶다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도발하는 장면도 없었구요.(이건 제가 기대했던 장면이었는데 말이죠)

삼국지야 워낙 긴 얘기니까 등장인물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고작 4시간짜리 영화로는 너무 많습니다.
공명, 주유, 조조, 손권, 소교(이야기흐름상)가 중심인물이고 유비, 관우, 장비, 조운, 감녕, 노숙, 손권동생(공주)이 주로 등장하며 아직 안나왔지만 황개, 방통도 나올테고 기억나진 않지만 조조의 주요 책사와 장수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필요한 인물이라는건 인정하지만 너무 많아요. 전투 한 번 할 때마다 장수들 다 활약하는 모습을 솔로로 한 번씩 다 보여줘야하고 말이죠..
(이 이름을 어찌 다 아느냐면? 영화에서 등장하면 자막으로 친절하게 이름을 써줍니다. 사극 드라마처럼요.)

등장인물 중 관우장군의 얼굴은 정말 그림에서 나온 것처럼 비슷했는데 아쉬웠던 점은 키도 몸집도 많이 안크고 청룡언월도도 작고-_- 말도 안타고 걸어다녀요. 말 탄 전투신이 별로 없는 게 정말 아쉬웠습니다. 말탄 관우장군 참 멋진데 말이죠. 너무 수수하게 나와요. 장비는 장팔사모도 안들고 주먹으로 싸우고-_-; 유비는 너무 시골 할아버지.
등장인물들을 전해내려오는 그림처럼 꾸미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입니다.(그럼 관우는 왜-_-?) 어차피 양조위, 금성무 등 유명배우들이 코스튬을 했을 것 같진 않지만 말이지요.(조조도 내가 몰라서 그렇지 유명한 것 같던데, 그럼 관우만 무명-_-? 장비도 비슷하게 하려고 한 느낌이긴 한데 별로 안닮았어요.)

오의 주인은 손권인데 주유에 비해 너무도 유약하게 나오는 느낌입니다. 등장도 대사도 적네요.
솔직히 적벽대전에서는 유비측은 공명만 나와도 될터인데 너무 우르르 다 나왔어요. 아기 던지기도 안할꺼면서 부인들 죽고 탈출하는 장면까지 열심히 찍어주고 말이죠.
그에 비해 조조가 비중이 적습니다. 조조도 책략가인데 수와 힘만 믿고 밀어버리는 사람처럼 나왔어요. 장수인데 전투도 안하고 마차에 앉아서 거드름만 피우고..(주유는 막 나가서 칼질하는데!) 원소처럼 말이죠-_-+ 조조가 조금만 더 뚱뚱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조조 주변에 책략가나 훌륭한 장수들 하나도 안나오고 조조사람들은 다 의리없고 떨거지들처럼 그려버렸어요. 오우삼은 조조 안티인가봅니다.

전투장면에서 장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액션은 동양(중국)이 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떼거지로 몰려오는 적들을 그냥 치고 베는 와중에도 창이나 도를 들고 휘두르면서 폼을 잡는 것이야 일반적이지만 보법을 쓰는 발놀림을 신경써서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술하면서 폼잡는 것이 예전 중국영화에 비해 간결하고 사실적이어서 나름 화려하고 정신사납던 예전 무술에서 탈피한 듯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영화는 2부작인데 초반에 너무 힘을 써버린 느낌입니다.
전반 페이스라면 후반 2시간만으로 나머지 이야기를 다 하기는 절대로 무리. 적어도 전반에 이런저런 준비 다 끝내놓구 공명이 기도를 시작하여 3일만에 '동남풍이다~'까지는 하고서 영화가 끝났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갠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야 후반에 조조의 연환책 배들도 좀 구경하고 조조배만 보면 서운하니까 주유배도 좀 봐주고 전술어쩌고 진도 펴보고 불도 지피고(타는데 시간도 걸릴텐데) 쌈도 좀하고 그 와중에 공명이 도망도 가고 마지막으로 조조도 퇴각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전반에 적벽넘어에 조조가 진을 친 상태로 끝나버려서 아직 화공을 쓰자는 얘기도 안나왔고, 방통도 등장해야하고 황개장군이 왔다갔다 고생도 좀 하셔야하고 공명이 기도도 해야하고 이후 할 이야기가 많은데 말이죠.
설마 2부작이 아니라 3부작일까요? 이얘기 저얘기 다 하자면 5부작 정도는 만들어야 할 것같습니다.

우리나라 제목만 적벽대전이고 영문은 '적벽'이던데 적벽'대전'은 이번에 안나오구 2편에서 나옵니다.(그래서 좀더 2부작에 실망감이 큰 것일지도.. 화려한 불쑈를 기대했는데 먼지만 좀 날리다가 끝나니까요.)
진짜 단순하게 딱 '적벽대전'만 보여줬어도 훌륭했을 것 같아요. "동남풍이다~"로 영화를 시작하면서 말이죠. 배에 불지르고 전투신만 보여줘도 2시간은 너끈히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그럼 등장인물도 확 줄고 깔끔할 것 같은데. 어차피 설명하려면 길어지기만 하고 짧은 설명으로 그 배경을 다 이해하는 것은 무리이긴 마찬가지니까요. 인물성격배경 주저리 설명이 없어도 강한 개성 뿜어주면서 짧게 가는게 오히려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노력한 건 인정해주지만 그래도 길었다에 한 표.
2008/07/16 13:10 2008/07/16 13:10
Posted by & SangMi